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압화(押花)

2016.11.05 20:33

강동수 조회 수:852


압화(押花)
 
강동수 시인 
 

꽃의 미라를 본다
죽어서도 죽지 못하는 것들의 최후가 
네모난 액자 틀 속에 갇혀있다 
절정의 순간이 멈춘 곳에서
시간은 흘러가고
창밖의 앙상한 가지에는 겨울이 걸려있다
꽃들이 떨어진 자리마다 
이별의 아픔이 스며있고
바람이 위로하는 아픈 상처

 

한때 유행이었지 
미모만 기억하라고 가장 화려할 때
세상을 버린 여인들
활짝 피어서 굳어있는 꽃들은
세상을 향해 부지런히 얼굴을 가꾸던
여인을 닮아있다

 

메마른 대지를 쓰다듬으며
흩날리는 낙엽들
겨울바람은 꽃의 향기를 찾아
오지 않은 계절을 건너고 있다

 


 

▲ 강동수 시인    

지난 봄 꽃들이 막 피어나기 시작한 자연 식물원 한편에 마련된 압화 전시실에서 미라로 박제된 꽃들을 보았다 죽어서도 죽지 못하는 꽃들. 한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유명 배우들이 자신의 젊음을 간직한 채 아름다운 모습만 보이고 세상을 등지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. 박제된 꽃들을 보면서 왜 그 생각이 떠올랐을까? 기승전결(起承轉結)처럼 누구나 태어나 젊은 시절을 지나면 늙어 가는 것을.. 그것을 두려워하여 목숨을 끓는 것도 유행처럼 이 땅에 들어와 우리나라가 세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물론 생활고와 그 외 여러 가지 이유로 자살을 하겠지만 아무튼 늙어 감을 서운해 하지 말고 아름답게 늙어가기를 소망해야 하지 않을까? 불혹의 나이를 넘기면 자기얼굴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처럼 오늘도 나는 욕심없는 삶을 추구하지만 생각과 행동은 늘 일치하지 않는가보다


 
기사입력: 2016/10/05 [14:54]  최종편집: ⓒ 광역매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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